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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전 여자친구랑 헤어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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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차'를 느꼈는지 속상해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고민하다가 여자친구한테 제 감정을 사실대로 말하면서, 헤어지는게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수긍해주더라고요.

 

헤어지자는 얘기는 점심때 해놓고, 카페가서 한참 앉아서 못다한 얘기를 했어요. 

잡다한 얘기부터, '이제는 말할수 있다!' 류의 대화까지...ㅋㅋ 

둘 다 공시생이었던지라 와중에 제가 수험서 리뷰도 해주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웃다가 울다가.. 전여친이 얘기중에 눈물흘리니까 제가 카운터에 가서 냅킨을 가져왔는데,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냐고 하길래 '나도 쓸거야ㅋㅋㅋ' 하고 서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울었거든요ㅠㅠ

'아니 오빠는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 울면 어떡해요ㅋㅋ'

하면서도, 제가 울어서 다행스러웠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랬으면 엄청 배신감 느꼈을지도 모른다고요.

 

반나절 동안 그렇게 카페에 앉아있다가, 저녁이 되어 전여친 치과예약시간이 돼서, 치과까지 바래다 주고 헤어지기로 했어요.

치과까지 가는 중에 전여친이 말없이 손을 잡아줘서 길거리에서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치과에 도착해서 헤어질 시간이 되었어요.

대로 한복판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로 안고 펑펑 울었어요. 

오히려 제가 더 크게 울었는데, 너무 꺽꺽 울었던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하니 좀 창피하네요.

 

전여친이 나중에는 친구로 지내자고 서로 얘기했어요.

원래 전여친이 항상 하던 말이- 커플들 헤어지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내는거 이해가 안 간다고, 나는 절대 저렇게 못 한다고 했었고

저는 반대로 사람끼리 좋아서 만나는건데, 좋은 연인이었으면 좋은 친구로 지낼수도 있다는 게 제 지론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여친의 말은 좀 의외였어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친구로도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1년 후나 언젠가는 다시 연락하자고 했어요.

 

전여친이 저랑 나이가 꽤 차이 났던지라 항상 존댓말을 썼어요.

그래서 다음에 만날때 '안녕하세요'라고 격식차려서 인사하면 좀 슬플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면 다음에 만날 땐 '오랜만이에요' 라고 인사해주기로 했어요.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데,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뒷걸음질을 치며 멀어졌어요.

전여친이 '넘어지겠어요 앞에 보고 가요' 하길래, 그제서야 뒤를 돌아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네요.

그게 제가 봤던 전여친의 마지막 모습이었네요.

 

...

그렇게 1년이 지났네요.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저는 공시 합격하고 복학해서 발령대기를 기다리고 있고, 

저보다 늦게 공시를 준비한 전여친은 여전히 시험공부중인걸로 알고있어요.

 

제가 여자로서 좋아하는 마음이 식었다고 말씀드렸지만, 동생으로서 아끼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좀 힘들었네요.

왜, 여동생이랑 맨날 쌩까고 투닥거리는 남매도, 생이별하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그런 느낌이었을지도요.

 

언젠가 만나서 '오랜만이에요'라는 말을 듣는 그 때를 기다리며,

그 때는 '기억해줘서 고마워'라고 대답하리라고 생각했어요.

 

2019년 새해가 밝았어요. 

어제는 새해인사를 돌리다가, 고민끝에 전여친에게도 보내기로 했어요.

지난 한 해도 고생 많았고 드디어 2019년 합격의 해가 됐으니, 올해는 더이상 연락안할테니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달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자고 일어나니 전여친한테 오늘 새벽에 답장이 와 있네요. 

구남친한테 신년문자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응원고맙고 새해복 많이 받길 바라요, 

근데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선후배 관계로 다시 못 볼 것 같다고, 합격하고 나서도 연락할 일은 없을 거라고.

SNS팔로우도 당장 끊긴 뭣해서 놔뒀지만, 언팔할 예정이라고.

오빠가 빌려준 인강 태블릿은 정말정말로 잘 쓰고 있는데, 합격하면 돌려줄까요?

라고 답장이 왔네요.

 

제가 그래서 아침에 카톡 답장을 보냈어요.

헤어질 때 친구로 지내자는 약속을 내가 너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사실 나도 정말로 아무일없이 지내는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저 가끔 생사안부만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연락을 완전히 끊을거라니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며 신년문자도 그런 맥락에서 보냈지만 부적절했다면 사과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태블릿은 선물이니까 합격하면 넷플릭스용으로 쓰고,

나도 이걸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연락할 일은 없을거고, 다만 잘 됐다는 소식이 돌아돌아 들리면 속으로 축하해줄게, 

앞으로 가는 길에 행운만 있길! 답장은 주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보냈네요.

 

공부하러 갈 땐 휴대폰을 안 가져가는 친구라, 아마 저녁때나 돼야 읽겠죠.

슬프지만 뭐....어쩔 수 있나요. 연인 관계라는 게 참 어렵네요. 

원래 친구 사이었어도, 사귀다가 헤어지고 나면 원래대로 못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좀 섭섭하면서도, 나이는 어려도 여전히 의지가 강한 것 같아서 다행스럽기도 해요.

전여친에게 더이상 연락하지는 않겠지만, 꼭 합격해서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카톡 받았을 땐 많이 슬펐는데 감정을 글로 적어내려가니까 좀 나아졌네요.

슬픈 기분이 좀 가시니까 배가 고프네요.

타지생활 중이라 어제 떡국을 못 먹었는데, 오뚜기 쌀떡국이나 하나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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