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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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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21 00: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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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나 종현이 친군데 티내는 것 같아서 쓰기도 그렇고
관계자도 아니고 유명인이 아니라 조문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팬들 줄에 서서 조문을 하기엔 팬과 가수의 사이도 아닌
종현이의 일반인 친구 중 하나라서
그날 이후로 카톡 1이 안사라지는 현실이 아직 너무 힘이 들어
닿을 수 없는 편지지만 이 곳에 두고 갑니다.



종현아 안녕 나야.
무슨 말 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쏟아지는 너의 기사들에 정신이 나간 것 같아.
믿고싶지 않지만 어쩜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걸까..
엄마에게 니 소식 듣자마자 충격 다음으로 '아..결국....'이라고
생각해버린 걸 보면 어느정도 난 너에게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만난게 오드 때였나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네.
그때 내가 너와 했던 몇몇 대화들이 후회가 된다.
그렇게 모질게 말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 말의 의도가 어찌됐든, 내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혹여나
여린 니가 상처받았을 까봐 너무 후회돼.
미안하다...
그 후로 연락 한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나도 두려웠다..
무슨말인지 넌 알겠지..? 미안하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어디서 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데뷔하고 부터 하루도 안쉬고 일하다가 다음해 설날에 첫 휴가를 받고,
집에서 나갈 때도 집 앞의 사생들 때문에 마음대로 나오지도
못했던 니가 너무 안쓰러웠다.
19~20 그쯤부터 봐왔던 너는 늘 바빳고 쫓겼고 숨 쉴 공간과
숨 쉴 시간이 부족했지. 그 결과 넌 오롯이 너만의 시간을 위해
잠을 줄였고 마지막으로 봤을 땐 하루에 2시간 정도,
혹은 안자고 나가던 아이가 되어있더라.
데뷔 초 때보단 쉴 틈도 아주 조금은 생겼는데 너는 휴식하는
방법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되어 니 스스로 널 혹사라고 할 정도로
몰아붙이고 일만 했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일에 몰두하고

그게 니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너의 휴식이라 여긴 것 같아.

하지만 기계도 그렇고 사람도 몸과 마음이 쉬어줘야 고장이 안나고
회복이 되는데..... 넌 회복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버려
볼 때 마다 안타까웠다.

혼자 먹으면 입맛이 없어 잘 안챙겨먹게 된다던 친구의 이야기에
한끼 먹은건 너무하다며 육회비빔밥 시켜주고
다이어트 한다고 닭가슴살 볼만 먹던 놈이 친구가 혼자 먹기
싫을까봐 자기것도 시켜서는 밥은 먹는척 하며 사람 이야기만
들어주고 먹는거 봐주고 자기는 거의 다 남기고..
얼마나 먹고싶었을까.
닭가슴살 볼 그렇게 맛 없다며.
넌 항상 너 보다 주위 사람들을 생각했구나.


라면도 어디서 배워왔다며 면발 탱탱하게 끓인다며 자부심 있던
녀석. 나도 팔은 아파도 니가 끓이는 방법으로 끓인다.
(귀찮을 땐 안하지만..) 이제 라면도 못 먹겠다 니 생각나서.
술 못 먹어도 친구가 힘들다 하면 술 마실까? 먼저 꺼내던 녀석.
체질적으로 술이 안받아 온 몸 빨개지면서 몇잔 먹고 심장 두근두근
거린다며 오오 심장 터지면 어쩌지 거리던 녀석인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술이 만취해서 자는 가족들 깨워 펑펑 울었는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 밖에 안나온다 종현아.
너의 행복보다 가족을 늘 1순위에 두고 살던건 너나 나나 똑같아서
니 마음이 어느정도로 힘들었나 느껴졌던 인터뷰라서 미치겠다.


우리 늘 우울함을 억지로 극복하려 하지말고 차라리 받아들이고
즐기자고 했잖아. 즐기다 보면 무뎌져서 우울한지 모르지않을까 하고.. 근데 결국 그게 널 좀먹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 든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우울함을 극복해보자며 으쌰으쌰 했어야했나..
힘들다는 사람에겐 힘내라는 말을 하면 안된다고, 힘낼 수가 없고
낼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내냐고 하던 우린데
그래서 힘든 사람에겐 힘내지마 안내도 돼 라고 말하던 우린데
그저 묵묵히 힘든 사람의 말을 기다려주거나 같이 옆에서 숨만
쉬어줘도 힘이 될거라 믿었던 우린데
넌 힘을 낼 수 없던 그 상황이 익숙해져버린걸까.
어느순간엔 너에게 임마 힘좀내자 라고 했어야 하나
이제와서 머리가 복잡하다.

우린 얕은 우울에서 헤엄치고 즐기다가 점점 깊은 우울로
들어가는 줄 도 모르고 살았었던건지.. 적당히 즐기고 나올 수
있을 때 빠져나왔었는데 너무 깊이 빠져버려 이젠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상황까지 가버렸던거니..
나는 요즘 너무 우울해서 가족에게 온갖 스트레스 풀며 이해를
바라고 있다. 일단 나 좀 살고싶어서.. 내가 무서워서.
그렇게 난 우울 밖으로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중이었다.
니가 나처럼 조금만 철이 덜 들고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이젠 소용없는 말이겠지..

우리 말 버릇 중에 남이 이야기하면 왜? 왜그렇게 생각해? 라고
되물어보고 프로불편러 처럼 난 그렇게 생각안하는데 라고
하던거 기억나냐.
토론 논쟁도 많이 했었지. 마치 드립의 승자를 가리는 느낌으로.
(나 요즘 그 버릇 때문에 엄마가 질린단다 어쩌냐...)
그러다가도 둘다 힘들어 보이거나 지쳤을땐 인정과 지지를 해줬지.
니가 그렇게 생각하면 맞는거야, 니가 맞아 라고 위로해주고..
내가 너의 대화방식이 좋아서 널 닮아간건지
니가 나의 대화방식이 좋아 닮아간건지 모르겠지만
나와 닮은 생각을 가지고 닮은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존재한다는게 좋았다.
ㅎㅅㅎ거리던 너와의 대화들 나도 늘 즐거웠어.
데뷔 초 때 넌 내 드립들 웃기다면서 라디오에서 써먹고
그걸 듣고 난 또 웃기고 보람차서 드립연구 더 하고 그랬는데..

우리 그땐 지금 보단 훨씬 덜 우울했었던 것 같다.
원래 새벽을 좋아하고 눈물 많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우울과
가까울 순 있었던 사람들이었지만 그땐 지금만큼 우울하지 않고
적당히 그 기분을 즐기면서 일상도 나름 활기 차고 그랬는데.
우울이란게 참 무섭다 그치?

너 항상 니 키나 외모에 당당하다가도 어느날은 어디가
마음에 안든다 그랬었지.
백날 말해줘도 본인이 맘에 안들면 안드는거지만
화장실에서 턱 깨먹고 매니져형 한테 업혀서 응급실가서
13바늘인가 꼬매고 차사고 나서 코 뼈 뿌러지고(니 코 고생 많았다..)
그랬어도 니 외모가 잘났던건 맞다. 부정하지마라~
점점 쓰다보니 아직 니가 살아있고 그냥 친구한테 오랜만에
말 하는 것 같아서 말투가 바뀌네..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어릴땐 너랑 만나려면 사생택시들 때문에 007를 방불케하는
스릴러 한편 찍고 나서야 만나서 평범한 소년으로 돌아갔고,
커선 집밖으로 안나오는 히키코모리들이 돼서 가끔이지만
집구석에서 캔들키고 향에 대해서, 영화보다가 영화에 대해서,
별 이상한 주제에 꽂혀서 더 심오하게 토론의 장을 열기도 하고..
이야기 하다보면 끙끙 대며 방에 들어오려던 길고 뚱뚱한 루..(미안)
다 추억이다.

이제 루 모습 못 보는건가...

니방이 까만색으로 암흑방인 것도, 카톡 프사, 배경 까만색으로
도배했을 때도(한번도 안바꼈네 가는 순간까지..) 걱정했었다.
걱정이 티가나면 니 스스로 타인에게 짐같이 여길까봐 괜히
장난치거나 내가 힘든척 하고 연락하곤 했는데
그래서 니가 오히려 더 무거운 이야길 안했으려나..

항상 나보고 재밌는 일 없냐고 재밌는 이야기 해달라길래
재밌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해주냐고 인생이 노잼이다 그랬는데
지어내서라도 좀 말해줄걸 웃겨줄걸 ..
넌 니 일 생각, 스트레스, 잡생각 등을 잠시나마 떨치고
대리만족으로 나마 일상적인 행복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난 "내가 이야기 셔틀이냐 임마 걍 숨만 쉬고 살고있어 우울하다.."
이딴 말만 해서 정말 미안하다...
(근데 진짜 인생이 재미가 없고 내가 사는모습이 싫고 재밋는
이슈가 없어서 우울한 이야기만 있어서 해줄 말이 없었다....)


난 몇번이나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 너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고맙다는 말 한번 제대로 했던가.. 기억이 안나.
또 난 너에게 몇번이나 도움이 됐었나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힘들때 못 있어줘서 너무 후회되고 미안하다....

소품집2 에세이를 보면서 많이 걱정됐는데
또 반면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모른척 한걸까.
넌 언제나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믿어버린걸까.
내가 잘 못 믿어버린 것이
결국 너에겐 방관이 되었다는게 너무 힘들다...
니가 니 이야기를 가사로 쓴다는걸 잘 알기에
니가 작사한 노래들은 더욱 관심갖고 들어왔는데.......

너무 치열한 20대를 보내온 종현아.
니가 누구보다 힘들었단거 잘 알아.. 너무 잘 알아서 너무 힘들다.
옆에서 숨소리만 내줘도 위로받던 너인데 좀더 니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너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 너무 후회되고 미안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샤이니의 메인보컬로, 아티스트 종현으로,
샤월의 꿈으로 살아오며 짊어지고 가던 모든 고단함과 불안함,
기대의 짐들을 이제 다 내려놓고 진정한 휴식을 하길 바란다.

생각이 너무 깊고 많았던 우리.. 좀더 단순하게 살았어도 좋았을 것을.
인간 김종현을 잃고싶지 않아 발악했던 너의 마음이 담겨있는
소품집들을 너라고 생각하고 영원히 간직할게.
샤이니 종현 보다 청년 김종현 기억할게.
영원히 잊지않아.
고맙고 미안하다 종현아.

그리고 니가 잘나왔다고 좋아하던 옛날 니 사진이 생각나서 찾아서 같이 부친다. 이제 곧 크리스마슨데 저때도 크리스마스 특집이었네..
그곳에서 저렇게 늘 웃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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