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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엄마같은 할머니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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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6살 1살 연상의 와이프와 그 사이에 태어난 5살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첫째도 친구. 둘때도 친구 였습니다.


어머님은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 연애기간 포함 10년을 참다 이혼하셨구요..(아주 편하게 왕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아버지는 어린 저를 돌보지 않고 몇일에 한번 집에 들어오시면서,


60넘은 할머니가 손주 재롱 떠는거나 보면서 마실이나 다니셔야 하는데, 황혼에 아들 하나를 더 키웠습니다.


그 할머니께서 어느덧 87세가 되셨는데요..


결혼하고 서울의 집값 때문에 경남의 한 도시 (처가집 근처)에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기에, 하는 일도 있고해서 자주 찾아 뵙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뵈려고 해도 "운전 위험하다." "기름값 아깝다" 등등이 이유로 호통까지 치시며 못오게 했습니다.


헌데, 3월 30일 금요일.. 아침 9시에 전화가 와서 "보고싶다 언데 보러올래?" 이러시면서 펑펑 우시는 겁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서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는데,


"노환이라 그래.." "곧 주사 아줌마가 와서 영양제 한 병 놔주실거야.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일 봐"


전 그말을 철썩같이 믿고 주말을 집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할머니께서 "온다더니 언제와. 할머니 죽은다음 올래?" 이러시는 겁니다.


제게는 어머니 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할머니인데, 회사에 급하게 월차를 내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집에 가서 할머니 얼굴을 보는데... 근 6개월 사이에 살이 20KG 가까이 빠져서 뒤에 벽이 없으면 앉아있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눈물이 났죠.. 그리고 아버지라는 인간이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된 말로 뭐같았죠..


바로 할머니를 부축해서 할머니께서 다니시던 동네 의원을 갔습니다.


당수치가 576이 나오더군요.. 의사선생님이 이지경이 되도록 뭐했냐고.. 부끄러웠습니다..


할머리 인슐린이랑 링거 맞으시는 동안, 저는 밖에 나가서 와이프한테 이야기를 했죠..


망설임 없이 바로 모시고 내려오면 안되냐고.. 아들이 있기에 서울에서는 모시지 못해도, 내려오면 자기가 모실수 있다고..


너무 고맙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할머니, 우리 집에 가자. 가서 검사를 좀 해봐요."


할머니를 부축해서 집으로 돌아오는길..


"늙으면 죽어야지.." 라는 말을 수백번도 더 들었는데, 그 날 따라 너무 억장이 무너지게 들립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가 아니라, 우리 엄마였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러면 내가 더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줄수 있었을텐데.. 할머니 내가 많이 미안해.."


이 말을 하는데 길에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사람들이 처다보던지 말던지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바로 짐을 챙겨 저희 집으로 출발했네요. 아버지 한테 간다는 말도 없이....


다음 날 아침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CT도 찍었는데... 확실한건 아니지만, 응급으로 보내줄테니 좀 더 큰 병원을 가보랍니다..


대학병원에서 다시 피검사, CT 등등의 검사를 마치니...


췌장암..이라고.. 그리고 대장쪽에도 암이 의심된다고..


하... 정말 눈이 퉁퉁 부어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울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물이 아닌, 할머니의 인생을 요약 하자면 "인내""고생" 딱 두단어 밖에 생각이 안나서 너무


우리 할머니가 불쌍해서...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극에 달하네요..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한테 아침밥 안챙겨 준다고 승질내고.. 음식이 짜다고 승질내고...


진짜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럽고, 싫습니다.


할머니 돌아 가시면 두번 다시 아버지를 보고싶지 않습니다.


할머니.. 미안해요.. 저도 아빠같이 안되려고, 할머니께 노력 한다고 했는데, 고작 이거 밖에 못했어요..


한평생 고생만 하신 우리 할머니.. 우리 이제껏 모든 일은 다 잊고, 남은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지내봐요.


사랑합니다 할머니.. 그동안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할머니 덕에 제가 삐뚤어 지지 않고, 올바르게 클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 하지만.. 소중한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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